나는 학창시절 성적에 과목 편차가 매우 심했었노

내가 좋아하는 과목일수록 성적이 높게 나오고 싫어하는 과목은 거들떠 보기도 싫어했다 이기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 보면 내가 그 과목을 좋아한 것이 정말 단순하게 해당 과목의 학문적 성취 때문이었을까? 싶은 고민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워마드를 하는 내 자신과 실제 내 모습 사이의 간극에서 괴리감을 많이 느끼게 됐노

내가 좋아한 과목을 A, 싫어한 과목을 B라고 하자. 

 

사실 정규 고등 교육 과정까지 배우는 과목은 오로지 정말 학문적 성취 때문에 그 과목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가 없노

전문적인 영역이 아니고 딱 기초 상식을 배우는 과정 하에 있기 때문에 좋아한다, 아니다, 를 나누기가 애매하다는 거노

같은 이유로 대학 학사 과정 역시도 나는 해당 전문 분야의 기초 시공 단계이기 때문에 선호도를 구분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노

적어도 석박사 과정은 되어야 내가 정말로 그 분야를 '학술적인 이유'로 좋아하는 것인지 아닌지를 파악할 수 있다고 보는데,

문제는 이 분야를 좋아하게 된 이유가 상대방으로부터 인정이나 칭찬을 듣고 싶어서였노

 

처음 시작은 중학교 때 음악 과목 도우미를 했었는데, 어떤 음악을 듣고 감상평을 쓰라고 해서 감상평을 썼더니

너 정말 글 잘 쓴다! 문장 하나 하나가 너무 잘 쓰여졌다, 혹시 글 쓰는 쪽으로 진로를 정해 볼 생각은 없냐, 하는 등의 칭찬을 들은 것이었노

 

이건 괜찮노

일단 선생님이 여자였던 데다 나는 이전부터 여자 선생님들이 유독 내 흉자모한테 전화를 해서 애가 글을 잘 쓰니 글짓기 학원 같은 데 보내 보는 게 어떠냐고 했었으니까 당연하게 여겼노

 

문제는 고등학교에서였노

중학교 때는 선생님들이 다 여자 분들이셔서 괜찮았다 이기

 

고등학생 때부터 남교사들을 마주치기 시작했노

 

나는 어릴 때부터 여자가 하는 말보다 남자가 하는 말이나 생각이 더 귀에 박힌다는 특징이 있었는데,

딱히 그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자애들의 생각보다는 남자애들의 생각에 더 공감을 하거나

똑같이 영어로 말을 하면 상대방의 영어 구사 능력이나 발음과 관계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진 모르겠고

여자보다는 남자가 하는 영어가 더 잘 들린다거나 하는 특징이 있었노

 

생각해 보면 내가 지지부진 하던 성적을 확 끌어올린 게 전부 남교사가 나를 칭찬해 주거나 배려를 해 줬을 때부터였고

나는 더 인정 받고자 엄청 열심히 공부에 매달렸노

 

마음 한 구석에 죄의식이 있었지만 A 과목에 해당하는 과목들은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것들이니까 했노

 

그런데 중학생 때는 B 과목 중 일부 과목도 성적을 끌어올린 전례가 있었는데

온라인 강의에서 어떤 한 남자 강사를 봤을 때의 일이었노

 

전부 남자랑 관련 되었을 때만 성취도가 생기고 남자랑 관련이 되지 않으면 성취도가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여기다 털어놓는 것이 너무 괴롭고 또 부끄럽노

내가 워마드를 하게 되면서 제일 부러웠던 개인 경험담이 뭐냐면, 바로 자기는 어릴 때부터 남자는 하대해야 하는 존재임을 알았다는 경험담이노

 

너무 괴로우니까 차라리 내가 여자가 아니었으면 싶다는 생각도 했노

원래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으면 내가 여자 선생님이나 여자애들의 말보다 남자 선생님이나 남자애들이 말이 더 귀에 잘 박히는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겠노

 

여성 병원 찾아가서 검사도 받아봤다 이기

정말로 내 안에 포궁이 있는 게 맞는지 아니면 꼬추가 흉자모 뱃속에 있을 때 돌출이 되지 못해서 여자로 착각해서 여자로 살아온 건지

 

머리로는 여자를 좋아해야 하고 여자가 하는 말을 더 세심하게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쉽지 않았노

남자가 직관적으로 단순하게 설명해 주는 말이 더 귀에 잘 들렸고 대부분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사람은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노

여자들은 정해진 형식이 있어 딱 그 형식대로 알려주거나 혹은 매우 세심하게 알려주긴 하지만 뭔가 겉도는 느낌이 매우 강했던 반면

남자들은 대개 내가 어렵다고 느끼는 부분이나 잘 안 풀리는 부분이 있다면 <왜 잘 풀리지 않는지> 즉 시행착오와 경험의 측면에서 알려주는 사람이 많았다 이기

 

유독 내가 만난 사람들만 그런 식으로 나뉘는 것인지, 아니면 정말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있는데 남자의 특징이라고 할 만한 것에 내가 더 잘 반응하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단지 내 착각인지 (내 착각이었으면 좋겠노), 내가 아직 좆빨러(남성 숭배) 습성을 버리지 못해서 이런 것인지

 

마지막의 가정은 정말 아니었으면 좋겠노

두번째 가정이라고 하면 차라리 내가 남자였으면 좋겠노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또래 - 동갑내기의 남자애들과 잘 어울렸다는 것은 아니노

나는 양쪽 어디에서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이기야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나한테는 나의 불안감을 잠재워 줄 권위가 필요했고,

자트릭스 사회에서 권위와 권력의 구조를 일찍 파악한 쪽이 나이 든 남자가 더 많았던 것 뿐이라고 해석하지만

아직까지도 좆빨러 습성을 못 버린 것 같아서 너무 비참하고 다른 프로페셔널한 봊똑똑한 여자들처럼 되지 못할 것 같아서 내 한계를 실감하고 패배주의 정서에 자꾸만 빠지게 되노

 

애초에 모든 건 유전자가 결정하는 일이고 나는 강단 있고 유능한 여성의 유전자를 물려 받지 못했노

외가는 딸 셋에 아들 하나 둔 집안이고 친가는 아들 셋에 딸 하나 둔 집안인데 양쪽 집안의 여자들 모두 가부장제 질서를 잘 수호하는 여자들이고

이 질서를 거스르고 여자의 욕망을 채우려는 여자들은 단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나한테는 롤모델이 너무 부족하노

 

롤모델과 유전자만 문제인 건 아니지 나는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노

그 나이를 먹는 동안 나는 한 번도 내 안의 욕망을 마주해 보지 못했고 늘 왕따를 당해 왔으며 항상 치이는 삶만 살았노

내가 딱히 잘못한 것이 아님에도 나는 내 모든 행동을 조롱과 경멸과 비웃음을 당해 왔고 항상

 

재활병원에서 수능 망친 후기 읽는데 '자기 이상을 실현할 만한 그릇이 되지 않는 것 같다'는 문구가 내 가슴을 후벼 팠노

그 문구는 자기가 자기를 비판하는 문구였는데 왜 이상하게 내 자신에 대한 비판으로 들리는지

더 비참한 건, 그 글쓴이가 아직 많은 경험이 부족해서, 달리 말하면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굴곡 졌으며 얼마나 무수히 많은 실패로 이뤄졌는지 아직 다 체감을 못해서 그런 비관적 패배주의 정서에 빠진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 나이 먹고 거기다 조언을 해줄 만큼의 통찰력이 부족한 것 같다고 느꼈다는 거노

조언을 해줄 만큼의 지위가 있지도 않았고 그만큼의 인생을 살아내지도 못했고 조언을 할 만한 위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덧글을 달지 않았노

 

그냥 그렇게 생각만을 할 뿐이노

 

생각은 맴돌고 언제나 행동은 나아가지 않노

행동을 하려면은 이전처럼 다시 누군가가 나를 지도해 주고 내가 할 수 있다고 믿어줘야 하는데 이번에도 남자 도움을 받기는 싫고

이번에는 진짜 꼭 현실에서 유리 안 되고 현실을 단단히 붙들어 매면서 혼자서 스스로 해내던지

정 아니면 여자 강사라도 찾아서 도움 받고 싶은데 이번에 강사를 찾긴 찾았는데 또 남자 강사노

 

나도 웜년들처럼 남자를 보는 순간 인상을 팍 찡그리면서 남자인 것만으로 혐오할 수 있었으면 좋겠노

하지만 나는 아직 그런 경지까지 다다르지 못했노 아직 그런 경지에 다다르긴 커녕 먹버조차 못하고 나도 모르게 6강의 잘 들었어요^^9 이 지랄하고 있는데 좆팔 좆 같은 나새끼가

 

문제를 풀면 한 서너 문제 정도 틀리는데 그 틀리는 문제들이 내가 아예 기본 개념을 몰라서 틀리는 게 아니라, 알긴 아는데 정답과 함정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다가 정답을 찍고 다시 번복해서노

그걸 보면서 나는 항상 자기 확신이 부족한 것 같네 라고 생각은 했는데 그 자기 확신의 부족이 이렇게 커다란 인생 문제에 직면하니까 정말 어떻게 해야할 지를 모르겠노

 

이번에도 나는 정답과 정답에 비슷해 보이는 함정 사이에서 갈팡질팡 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

 

몰라서 틀린 문제가 나오면 차라리 반갑고 덤덤한데 (그건 그냥 다시 공부하면 되니까) 모든 걸 다 알고 있음에도 문제나 선택지 지문을 잘못 읽어서 틀린다던가 비슷해 보이는 함정이 있으면 고민하다가 그게 더 매력적으로 보여서 고른다던가 하는 실수를 하면 종이 찢어버리고 싶다 이기야

나는 항상 이렇게 살다가 정답을 고르지 못하고 악역 아니면 비중 없는 조연 정도에서 그친 채 생을 마감하겠지.

나는 절대 주인공이 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고 이 생각 때문에 엄청나게 괴롭노

 

나는 정답은 여러 개라는 말을 믿지 않노

정답은 하나이듯 우리 인생에서 정답도 하나일 거라고

 

무수히 많은 상대적인 선택지들을 만들어 내는 것은 단 하나의 절대적인 원칙일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절대 나 혼자서는 그 절대적인 정답에 가까워지지 못할 거노

 

그러면 나는 협동을 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양쪽 어디에도 끼지 못하고 겉도는 외톨이 인생은

절대,

절대로 정답을 찾아내지 못할 거다 이기야

 

나 혼자 독주자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주어진 내 기능만 잘 해 내는 집단의 구성원이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어느 하나 제대로 잘 해 내지 못하니 떠돌 수밖에 없노

 

어느 한 곳에 머물러 있기가 너무 싫노